크레딧 점수와 신용카드 그리고 마일게임
(아래 글은 부정확할 수 있으며, 미국 조지아주 또는 메트로 애틀랜타에 주로 해당되는 내용으로써 미국 타 지역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경제생활을 하게 되면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 크레딧 점수이다. 한국에서는 개인 신용에 대해 등급으로만 구분을 했었고 최근에야 점수제를 도입한다고 들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마다 크레딧 점수가 있는데, 신용평가사 3개 정도가 대표적이고 각자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산정을 하고 그래서 회사마다 점수가 약간 다르다. 개인 크레딧 점수를 잘 유지,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살면서 받게 되는 대출의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게 되면 특별 경우를 제외하곤 차가 필수적인데, 이때 차량 할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집을 살 때에도 대부분 모기지를 끼고 사게 되는데, 이때 크레딧 점수가 좋아야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통 30년 만기로 빌린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이자율의 차이로 인해 이자 부담액의 차이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 생활에서 중요한 크레딧 점수를 잘 관리하는데 일반적인 방법은 신용카드를 적절히 쓰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미덕인 문화가 있는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손해이다. 미국에서는 이왕이면 빨리 신용카드를 만들어 사용 금액을 한도의 10% 정도로 유지하면서 연체 없이 꾸준히 쓰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민 초기 크레딧 점수가 없거나 낮으면 신용카드를 만들기 어렵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럴 때 좋은 것이 secured credit card인데, 미리 보증금조로 어느 정도 금액을 계좌에 넣어 놓고 카드를 신청하는 것이기에 발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나도 미국 생활 첫 신용카드가 캐피털 원 카드인데, 내 월급통장이 캐피털 원 은행에 있기 때문에 secured card로 쉽게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신용카드와 크레딧 점수에 대해 익숙해지면 그다음 단계가 '마일 게임'이다. 이곳 또한 신세계이다. 한국에서도 신용카드마다 포인트 제도가 있어서 사용한 금액에 비례해 쌓인 포인트를 다양하게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의 신용카드들에도 그런 마일리지 제도가 있는데 특이한 점은 사인 업 보너스로 꽤나 많은 포인트를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일리지를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에 사용할 수 있어서, 한국에 오고 갈 때나 여행 가서 지낼 호텔을 예약할 때 쏠쏠하게 쓸 수 있다. 물론 보너스를 꽤 주는 카드들은 대부분 연회비가 있고, '몇 개월 안에 몇천 불' 정도의 스펜딩 요구조건이 있다. 따라서 카드별 연회비 및 혜택을 잘 비교해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번 사인 업 보너스를 받으면 미국-한국 이코노미 왕복권 정도는 잘하면 마련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미국 신용카드사 중 대표적인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Chase 카드의 UR(Ultimate Rewards), 그리고 Amex 카드의 MR(Membership Rewards)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두 개 모두 모으고 있다. 물론 각 회사에서 다양한 카드를 발행하고 있고, 연회비/혜택/사인 업 보너스/스펜딩 조건 등이 다 다르고 기간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이렇게 다른 종류의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은 각 프로그램마다 포인트를 전환할 수 있는 항공사나 호텔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애틀랜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비행기 탈 때 델타를 주로 타게 되는데 MR 포인트는 델타 마일인 Skymiles로 변환이 가능하나 UR은 변환이 불가하다. 하지만 UR 포인트도 다양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인 업 보너스를 받아 모으고 있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들을 야무지게 써서 이번에 한국 다녀오시는 장모님 왕복 항공편을 끊어 드렸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랐는데 큰돈 안 들이고 효도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UR 포인트와 MR 포인트 모두 버진 아틀란틱 항공사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버진항공이 델타항공과 파트너사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면 버진항공 마일리지로 델타항공 표를 예매할 수 있다. 게다가 가끔 전환 시 30% 정도 포인트를 더 해주는 프로모션이 있는데 이를 사용하면 더 효율적이다. 요약하자면, 일단 버진항공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구간과 일정에 델타 항공표가 있는지 확인했다. 마침 UR포인트를 버진항공 마일리지로 전환 시 30% 정도 추가해주는 프로모션이 있어서 이를 이용해서 UR->버진으로 옮겼고, 모자란 마일리지는 MR->버진으로 옮겼다. 이렇게 서로 다른 카드 포인트를 한 항공사로 모아서 효율적으로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티켓 발행사와 운항사가 다른 경우에는 특히 스케줄이 변경되는 경우 체크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각 항공사에서 예약 확인 번호를 받아서 꾸준히 follow up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각 항공사에 여러 번 확인을 했고, 장모님께서는 다행히 문제없이 출국하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