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미국 산부인과 시스템
(아래 글은 부정확할 수 있으며, 미국 조지아주 또는 메트로 애틀랜타에 주로 해당되는 내용으로써 미국 타 지역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아내가 임신을 했고 이제 벌써 30주에 다가가고 있다. 예비 아빠로서 아내의 임신 과정을 도우며 출산과 육아를 준비하는 과정은 놀라운 경험이고, 마치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일기장에 기록해 두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임신부가 체험하게 되는 복잡한 미국 산부인과 시스템에 대한 경험담을 적으려고 한다.
일단 산부인과를 줄여서 OB/GYN이라고 부른다. 한국도 산과와 부인과를 합쳐 산부인과라고 부르듯이 여기도 흔히들 합쳐서 부르는 것 같다. 임신이 확인되었으니 산부인과 예약이 가장 우선이었다. 다행히 가까운 가족이 출산을 했고 진찰을 받았던 병원의 선생님을 추천받았고 인네트워트임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한국은 임신 5~6주 차에도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본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얄짤없이 8주 차에 맞춰 첫 예약을 잡아줬다.
조심스러운 임신 초기를 무사히 지나고 마침내 첫 진료는 보는 날, 예약한 병원으로 갔다. 이 병원은 이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종합병원 체인이었고 그중 한 로케이션으로 갔다. 나는 당연히 이 병원의 산부인과는 하나밖에 없겠지 하는 생각에, 주차를 하고 Women's health 뭐 안내판만 보고 따라갔다. 리셉션에 가보니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보라며 알려줬다. 거기로 가보니 또 이곳이 아니라며 다른 곳을 안내해 준다. 우리는 첫 진료를 보기도 전에 약간 패닉에 빠졌고, 다시 예약한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해서 갈 수 있었다. 결국 이 종합병원에 우리가 가본 산부인과만 3곳이 있었다. 그것도 서로 다른 건물에서 별개로 운영되는 곳들이었다.
지금껏 수차례 정기 검진을 가보니 이제여 여기 시스템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첫 검진을 받은 산부인과는 1차 진료를 담당하는 느낌이었다. 4주마다 정기 검진은 항상 이곳에서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정밀 초음파라던가 유전자 검사 등을 위해서 다른 산부인과로 보내는데 여기가 2차 또는 심화 검진을 하는 곳 같았다. 물론 이곳에서 한 검진 결과는 1차 산부인과에 공유되었다.
병원비가 청구되는 시스템은 훨씬 더 복잡했다. 검진을 하고 몇 주가 지나자 청구서가 날아오는데, 서로 다른 3~4군데에서 보냈다. 일단 1차 산부인과에서 보내고, 2차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한 경우에 또 그에 대한 병원비 청구서를 보내고 또 종합병원 이름으로 따로 오는 것이었다. 우리가 검진을 받은 산부인과에서 청구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종합병원에서 오는 건 마치 '우리 시설을 사용했으니 사용료를 내라'라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혈액검사나 유전자 검사를 한 경우에는 검사기관에서 따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미국 의료시스템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마치 대형 쇼핑몰에 서로 다른 상점들이 입점해 있듯이 유명한 대형병원이 시설과 공간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클리닉들이 그곳에 입점(?)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일반적인 전자제품을 사려면 쇼핑몰 안에 전자랜드 같은 곳을 가면 되지만, 잘 안 파는 애플 제품을 사고 싶을 때는 애플 스토어에 가야만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리고 어디서 제품을 사던 쇼핑몰에 일정한 사용료를 내야만 하는 상황 같은 느낌이다.
복잡한 진료 시스템에 더해 보험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이 건 마치 저 세상으로 가는 느낌이다. 우리도 직, 간접적으로 경험했는데 앞으로 천천히 쓰고자 한다. 부디 임산부와 아이의 건강 외에 다른 문제로 걱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