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드디어 BBQ 그릴을 샀다!

ATL종달새 2022. 6. 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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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다행히 내 집 마련에 성공하여 자그마한 뒷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살게 되었다. 덕분에 집 인테리어도 이것저것 해보고, 잔디도 원 없이 관리해 보고,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도 데려와서 잠깐 임시보호도 하면서 American Home Owner의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판데믹과 함께 시작된 재택근무는 2년을 넘어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뭔가 집에서 또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궁리하다 그릴이 떠올랐다ㅎ 주말이나 휴일 등 특별한 날에 손님을 초대해서 주인이 뒷마당에서 그릴로 음식을 해서 대접하는 광경은 전형적인 미국 home owner의 이미지였다. 그래 나도 다른 이웃들처럼 뒷마당에 그릴로 BBQ를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평소 자주 가는 재미한인 모임 웹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관련 글도 있었고 직접 요리한 사진도 있다. 사람들이 얘기하길 그릴은 웨버그릴이라고 하던데 나 같은 초보자한텐 좀 과해 보여서 생각도 안 했는데, 결국 그걸 사게 될 줄이야 ㅋ

 그릴의 종류에는 크게 가스그릴, 차콜 그릴, 펠렛 그릴이 있다. 가스그릴은 말 그대로 가스통에 연결해 사용하는 그릴로 간편함이 장점이지만 뭔가 정통 BBQ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었다. 차콜 그릴은 숯 또는 브리켓 같은 연료를 태워서 하는, 우리가 BBQ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종류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숯을 사용하는 게 좀 번거로울 수 있고, 불과 온도조절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펠렛 그릴은 펠렛이라고 하는 작은 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인데, 숯과 훈연 칩을 합한 역할을 한다. 온도조절도 자동으로 되고, 온도 조절이나 청소가 쉬운데 그릴 가격이 좀 비싸다.

 고민한 결과 그래도 이왕 사는 거 그릴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웨버그릴을 사기로 정하고 딜이 뜨기만 기다렸다. (미국은 소비의 천국이라 항상 딜을 체크하다 보면 20-30%는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40-50% 이상의 할인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5월 말이 다 되어도 웨버그릴 딜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5월 30일 메모리얼 데이가 다가오고, 무심코 타깃에서 세일하는 품목을 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펠렛 그릴이 괜찮은 가격에 파는 것이 아닌가. 남은 수량이 별로 없다고 하니 , '그냥 펠렛 그릴을 사볼까'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하루 정도 고민을 하다가, '그래 이걸 사서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맛있게 BBQ 대접하자!'는 결심이 섰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는 것으로 구매 완료!

 다음날 해당 매장에 가서 오랜만에 맛보는 두근거림 속에 내 그릴을 가져오는 직원을 보는데 이게 웬걸, 전혀 다른 조그마한 차콜 그릴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이거 내가 주문한 거 아니라고 하니, 직원이 확인해 본다.  그러고 나서 하는 말이 out of stock이라고 - - ; 내가 분명히 픽업 준비 완료 이메일을 보고 왔다고 항의하니, 미안하다고 가까운 매장에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주변 매장에도 out of stock. 평소에는 알았다고 넘어가겠지만 그때는 뭔가 끝까지 하고 싶었다. 그동안 영어 쉐도잉의 효과인지 웬일로 말도 잘 나왔다ㅋ 난 분명히 물건 있다고 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이것 때문에 내 연휴 계획아 다 망가졌다. 어떻게 보상할 거냐 따졌다. 이런저런 옵션을 제시했는데 오늘 아무 그릴 사서 쓰고 그냥 반품하거나 (이게 가능하다고? 반품에 관대한 미국...), 같은 상품을 제 값에 사고 다시 자신을 찾아오면 차액만큼 기프트 카드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알겠다고 하고 그냥 나왔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아내와 점심을 먹으면서 어떻게 할까 얘기했는데, 아내가 너무 실망한 내 모습을 보고 원래 생각했던 웨버 그릴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다. 좀 고민을 하다가 화도 나고 해서 바로 홈디포로 가 정가에 사버렸다 ㅋㅋ 차콜, 훈연 칩, 숯에 불 붙이는 침니 스타터 등 액세서리까지 분노의 쇼핑을 해버렸다 ㅎ 내가 산 모델은 22인치 기본 모델로 한국에서는 57cm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좀 커 보일 수도 있지만 스패어 립을 한 짝 다 넣어 요리하려면 이 정도 크기가 필요하다고 들어서 이 걸로 샀다. 생각보다 지출은 좀 생겼지만 이 그릴은 막 쓰지만 않으면 정말 오래 쓸 수 있다고 하니, 평생 써봐야겠다~

p.s. 우여곡절 끝에 그릴을 사게 되었습니다. 앞으론 이 그릴로 요리한 BBQ에 대해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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