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미국 유기견 임시보호 경험담

ATL종달새 2022. 6. 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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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은 유기견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는 반려견을 키운 적은 없지만 평소에 강아지를 좋아했고 유기견에 대해 관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아이들 산책시켜주는 봉사활동도 했었죠. 재밌게도, 미국에 와서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면서 강아지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작은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열렬한 반려인이고 유기견을 예닐곱 마리를 키우는 개엄마(?)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사무실로 출근을 하니 저도 그 아이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죠. (물론 입사 전 이런 상황을 안내받았고 고용계약서에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ㅎ) 물론 저희 로펌은 뒷마당도 있는 1층 건물을 혼자 쓰고 있고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분위기입니다. 판데믹 이전까지는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애들이 만져달라고 쓱 들어오곤 했죠 ㅎ 아무튼 한국 로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복지(?)가 갖춰진 셈이죠^^ 직원들도 가끔 자기 반려견을 데리고 오기도 하니, 반려인에게는 최고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강아지를 입양하기에는 때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유기견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올 초에 임시보호를 하려고 마음먹고 알아봤습니다. 대표 변호사에게 보호소를 추천받아서 임시보호 신청을 하니, 곧 임시 보호자를 위한 핸드북, 주정부에서 요구하는 동의서 및 inspection report 등을 보내주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고 얼마 후에는 다른 신청자들과 zoom으로 화상 오리엔테이션을 했습니다.

 

 임시보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하루 같이 지내기, 단기 임보(며칠~몇 주), 장기 임보(입양 시까지) 등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기로 하는 게 강아지에게 큰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짤은 시간이라도 보호소를 떠나 가정집에서 케어를 받는 것이 강아지에게 리프레쉬도 되고 입양 시 가정집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기 임보를 하기로 했고, 제가 주보호자로서 강아지를 케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름 공부도 했습니다.

 

임보가 가능한 아이들 리스트를 보면서 얼마나 큰지, 에너지 레벨은 우리와 맞는지 고민했고 8살 비글인 Brayden을 데려왔습니다. 집에 데려오니 하루 이틀은 낯설은지 긴장하며 경계를 하다가 차츰 익숙해지고 우리들의 손길에도 편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비글답게 호기심이 많고 먹이에 환장하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8살이라서 그런지 저희가 감당할 정도였습니다. ㅎ 다행히 제가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어서 Brayden을 계속 돌봐 주었습니다.

 

 보호소에 따르면 Brayden은 아마 펜스가 쳐진 마당에서 주로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주인이 세상을 떠나서(?) 였던지의 이유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보호자의 지시에 따르는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사료와 간식으로 이용해서 앉아, 기다려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간식을 찾으면서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주고 같이 놀아 주었습니다. 실내 배변은 하지 않았고 실외 배변만 했는데 참 다행이었습니다ㅎ 하루에 네 번씩 시간 맞춰 산책을 시켜주었는데, 보호자와 같이 산책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혼자 계속 줄을 끌고 가더군요. 여러 방법으로 보호자와 호흡을 맞춰 산책하는 법을 훈련시키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산책할 때마다가 고생 좀 했습니다. ㅎ 그리고 새벽 5~6시만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지 현관문을 막 긁고, 하울링을 하다가 나중에는 1초 간격으로 짖더군요 ㅠㅠ (아마 이런 점들이 실외에서 살아왔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때마다 일어나서 놀아주고 하려니 나중엔 체력이 달리더라고요 ㅋ 아이가 너무 귀엽고 좋았지만 동시에 힘들다는 게... 아이를 키울 때 이런 느낌일까? 이런 생각이 ㅎ

 

 임시보호를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보호소에서 입양 신청자가 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보호소에서 입양 신청자 및 신청자의 반려견들과 Brayden을 만나게 하기 위해 (Meet & Greet이라고 하더군요) 데리고 갔습니다. 입양 신청자는 할머니신데, 본인도 나이가 있다 보니 강아지도 좀 나이가 있는 아이들을 찾았다고 하시더군요. 이미 집에 여러 강이지를 키우시는 분이셨습니다.

 

 Meet & Greet을 잘 마친 후 저희는 Brayden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려는데 Brayden이 유리창 너머로 저희를 보더군요 (아님 밖을 나가고 싶어서?ㅎ). 저는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는데, 아내는 그 새 정이 많이 들었는지 좀 울더라고요.ㅎ (주차장에 파란 포르셰가 있었는데 바로 그 할머니 차였습니다 ㄷㄷㄷ)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생명을 집안에 들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서로 적응하고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Brayden,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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