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내 집 마련이라는 아메리칸드림- House Hunting(2020년)

ATL종달새 2022. 6. 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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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부정확할 수 있으며, 미국 조지아주 또는 메트로 애틀랜타에 주로 해당되는 내용으로써 미국 타지역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본격적으로 집 보러 다니기, 즉 house hunting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앞글에서 원하는 집에 대한 조건을 적었는데요. 사실 이런 조건들을 처음부터 확정하고 집을 찾은 것이 아니라 집을 보러 다니면서 어떠한 집을 원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고 또 조건들을 추려가면서 완성한 것입니다. house hunting 초기에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집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Redfin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매물을 검색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보통 3%이던 부동산 중개료를 1%로 인하하면서 유명해진 사이트입니다. 사이트를 통해서 대략의 예산, 원하는 집의 크기, 형태, 위치 등으로 필터링해서 눈에 띄는 매물이 있나 검색했습니다. 지역은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고 애틀랜타 다운타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메트로 애틀랜타를 후보로 두었습니다. 구체적 지명을 통해 검색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지역을 지도 위에 도형을 그리듯이 그리면 그 지역 안의 매물만 보여주니 편했습니다.

그렇게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맘에 드는 집이 있으면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날짜 및 시간대로 투어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오전에 예약하면 늦은 오후에 볼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주말에 한 지역을 정해 그곳의 매물들을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예약을 하면 나중에 예약 확인 연락이 오고 예약 시간에 맞춰 집 앞에 가면, 그 집을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문을 열어 줍니다. 이 에이전트들은 옆에서 전혀 부담을 주지도 않고 간섭 없이 거의 문만 열고 닫는 역할을 하는데, (원래 주인이 사는 집인 경우 미리 주인이 집을 비워 줍니다) 저희는 오히려 방해 없이 편안하게 집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사이트에 올라온 집 사진과 가까운 주변 사진을 보고 실제 투어를 하다 보니 다양한 집과 동네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집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는데, 뒷마당 밖에 바로 철길이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고 안타까운 점은 ghetto 또는 hood라고 불리는 빈민가를 갔던 경험입니다. 신축 단독주택이 괜찮아 보여서 투어를 갔는데, 가는 길의 집들이 허름하고 동네가 음산한 것이 왠지 길가에 잠시 정차를 해도 위험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한 블록 옆에 새로 집 몇 채를 짓고 있었고 투어를 예약한 집이 그중 하나였습니다. 알고 보니 그날 저희가 투어 예약한 거의 모든 집이 빈민가의 집을 완전히 리모델링한 집이 거나 옆 동네에 새로 지은 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쭉 자라온 저희 아내도 거의 가본 적 없는 동네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동네가 무섭다', '이런 곳은 피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메트로 애틀랜타 곳곳을 다니다 보니 이게 한두 동네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빈민가는 애틀랜타 남쪽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는데, 범죄율이나 학군의 차이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계는 없어도 인종적,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라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 꺼풀 벗겨보면 Not so united인 미국의 참 모습을 본 것도 같고, 도시에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이런 곳도 재개발의 바람이 불어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 주말마다 한 지역씩 정해서 매물도 보고 동네도 둘러보면서 후보 지역을 추려 나갔고, 결국은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에서 집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다음 부동산 중개인을 선임해서 같이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보통 Real estate agent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 realtor라고 해서 일반 중개인들 보다 한 단계 높은 느낌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중개인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내 지인의 추천을 받은 중개인에게 연락을 했고, 서로 얘기를 하고 상의 후 선임 계약 (변호사 선임하듯 실제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후에는 중개인이 제공한 personalized website를 통해 매물을 추천받고, 또 저희가 찾아낸 매물도 업로드하면서 pool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개인이 비슷한 지역 또는 서로 비교가 되는 매물들을 묶어서 스케줄을 잡으면, 주말마다 7~8개의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정말 괜찮은 집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개인적인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 부동산 시장이 판데믹의 큰 영향을 받고 있었는데, 집주인은 집을 내놓기를 꺼려 매물이 예년보다 적었습니다. 반면에 저희 같은 세입자들은 집에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모기지 이율도 역사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 괜찮은 집이면 주말에 사람들이 보러 가고 일요일이나 월요일이면 계약이 체결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제 계약 금액이 호가와 비슷하거나 (실제 계약 금액은 평균적으로 호가보다 조금씩 낮습니다), 인기 매물들의 경우 웃돈을 주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중개인과 집을 보러 다닌 지 몇 주가 지났지만 딱히 맘에 드는 집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집이 있었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게 내놓아 오퍼를 내기 망설였습니다. 중개인이 주변의 비슷한 매물들을 분석, 비교해서 적정한 가격을 산정해 주었고, 상의 후 그 금액대로 오퍼를 내기로 했습니다. 정식으로 서류를 작성해서 서명을 하고 매도인 측 중개인에게 전달했는데, 며칠을 기다렸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매도인 측 중개인에 따르면 매도인이 자신의 원하는 금액이 아니면 아예 답도 없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그렇다고 몇 만 불의 웃돈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아깝기도 했고, 대출을 받으려면 집 감정을 받아야 하는데 감정금액하고 계약 금액이 차이가 클 경우 그 차액부분은 대출이 안 되니 내 돈으로 메꿔야 하니까요.

이렇게 첫 오퍼가 허무하게 무산되고 계속 집 찾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집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split level이라 생각도 안 했던 집이었습니다. 여기서 split level이라 함은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형식인데, 마치 단독주택에 반지하가 추가(?) 된 느낌의 집입니다. 옛날에 유행했던 스타일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외양이 못생겨서 이쁘지 않아 제외했었는데, 이 집은 다시 보니 괜찮아 보였습니다. 최근 건축이라 내부가 깨끗했고 반지하 부분은 한국에서 손님이 올 경우 게스트 공간으로 쓰기에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뒷마당도 넓고 남향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는 집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집과 급하게 사랑에 빠졌습니다 ㅋ 실제로 그 집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도 했으니까요 ㅎ) 그런데 막상 가보니, 뒷마당에 이삼십 미터 정도 되는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남향이 무색하게 집 안이 어두웠습니다ㅠㅠ

이렇게 매물 찾기에 진전은 없고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급해지더군요. 재택근무 및 외출 자제로 주로 좁은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더 답답해졌던 것 같습니다. 매물은 없고, 빨리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커지다 보니, '그냥 다른 동네도 알아볼까', '적당한 집 사서 싹 고쳐서 들어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그러다 결국 좀 더 찾아보고 적당한 매물이 나올 경우 빨리 행동하자고 아내와 결심했습니다.

Redfin뿐 아니라 Zillow와 Realtor.com에도 회원가입하고 이메일 및 모바일앱 알림 설정을 해서 최대한 빨리 새 매물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말마다 꾸준히 집을 보러 다녔고, 바로 이 집을 찾기 전까지는 기대와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음 글은 드디어 집을 찾아 오퍼를 내고, 마침내 계약을 클로징 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써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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