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신생아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이 뜸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곧 100일이 됩니다.
이번 포스팅은 미국에서 안경을 맞춘 경험담입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안경을 맞추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맞췄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눈이 꽤 나쁩니다ㅜㅜ 가끔 가다 한탄조로 '나는 시력을 팔아서 변호사로 먹고 산다.'라고 할 정도로 로스쿨에서 책 보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스크린 타임이 많다 보니 눈 건강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ㅜㅜ 그래서 안경을 벗으면 거의 장님이나 다름없습니다 ㅎ 젊었을 적에 콘택트렌즈를 잠깐 낀 적이 있었지만, 제 성향상 렌즈 위생 관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결막염 한 번 씨게 걸리고 나서 렌즈는 더 이상 처다도 안 봅니다.ㅎ
미국으로 이민 와서도 안경은 가끔 한국에 방문하는 차에 맞춰 오곤 했습니다. 미국에서 안경 맞추는 건 과정이 좀 길고, 게다가 이곳 안경테들은 주로 서양 사람 얼굴 핏에 맞춰져 있어 특히 코에 거는 게 잘 안 맞아 한국인 얼굴에 맞는 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미국 사람들은 특히 뿔테를 좋아하는지 테가 크고 두꺼운 디자인이 많아서 저랑은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동네 안경점에 가서 맞춰오곤 했죠. 하지만 판데믹으로 한국에 못 간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그냥 미국에서 안경을 맞춰보는 것으로 결심했습니다.
미국에서 도수 있는 안경을 맞추려면 먼저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딱히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정확한 시력과 눈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시력이 적힌 처방전이 있어야 안경을 맞출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도수 있는 안경을 prescription glasses라고 합니다. 한국 같으면 그냥 안경점에 가서 거기 계신 안경사분이 다 알아서 시력 검사해 주고 안경도 맞춰주고 할 텐데요. 그런데 안경사 즉 optician은 처방전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 처방전은 주로 검안의, 즉 optometrist가 담당합니다. 네, 여기서 좀 헷갈리죠? 한국에는 따로 검안의라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보면, 눈 건강과 관련해선 optician v. optometrist v. ophtalmologist 우리말로는 안경사, 검안의, 안과의 이렇게 세 직종이 있는 것입니다. optician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와 같이 시력 보정 기구를 맞추는 일종의 기술자라고 한다면, optometrist는 시력 측정 및 기본적인 눈 검사를 담당하면서 안경을 맞추기 위한 처방전 또는 가벼운 질환의 경우 약 처방전을 발행하며,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질병의 경우 ophtalmologist에게 진료의뢰 즉 referral을 보내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optometrist는 눈에 있어서 1차 의료 행위 primary care를 담당하는 주치의라고 한다면, 한국의 안과의와 대등한 개념인 ophtalmologist는 2차 의료행위 special care를 담당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optometrist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니, 변호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게 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합니다. 다만 기본 4년 제라는 것이 로스쿨과는 차이가 있고, 학교가 그리 많지 않아 미 전국적으로도 20여 개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아내 친구분 중에 optometrist가 있는데, 공부가 굉장히 힘들고 학비가 엄청 든다고 합니다. 미국 로스쿨과 비슷하네요 ^^ 또한 school of optometry를 졸업하면 Doctor of Optometry (OD) 학위를 받게 됩니다.
다시 제 개인적인 안경 맞추기 썰로 돌아오면, 일단 집 근처 타겟 매장에서 시력검사를 받고 처방전을 발행받기로 했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가서 검안의가 시력을 측정하는데, 점안액을 넣을래 그냥 사진을 찍을래? 물어보더군요. 차이를 물어보니 사진을 찍는 게 최신 방법이고 점안액 넣는 건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하네요. 시력 검사를 위해 동공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점안액을 넣고 시력 검사를 했는데, 들은 바대로 몇 시간 정도 눈이 흐릿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걸 싫어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시력검사를 마치고, 시력이 적힌 간단한 처방전 한 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85를 냈습니다. 역시 미국은 의사를 통하면 뭐든 비싸집니다 ㅎ (물론 의료보험과 별개로 vision 보험이 있어서 시력검사나 안경 비용을 커버합니다.)
다음은 안경을 주문해야 하는데요,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는 안경테 종류가 한정적이니 온라인 안경점에서 맘에 드는 안경테를 찾아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선글라스 clip-on을 세트로 사려고 알아보았습니다. 그중에서 Warby Parker란 인터넷 안경점이 있는데, 이곳 비즈니스 모델이 좀 특이합니다. 맘에 드는 안경테를 고르면 5개까지 샘플을 보내줍니다. 직접 써보고 리턴한 후에 맘에 드는 안경테를 주문하면 됩니다. 안경의 특성상 직접 착용해 보지 않으면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그냥 주문하면 리턴할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점에 착안한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습니다. 오고 가는 택배비가 무료라서 부담 없이 신청했는데, 역시 가성비를 중시한 브랜드라서 그런지 뭔가 2프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그냥 리턴만 하고 더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맘에 드는 안경테가 있었다면 제 처방전을 업로드하면서 원하는 안경렌즈와 안경테를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주게 됩니다. 그래도 맘에 안 들면 리턴할 수 있는데, 여기는 100프로 스토어 크레디트 또는 50프로 현금 리펀드라서 좀 안 좋더라고요.
결국 좀 더 가격대가 있는 안경테를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중 JINS라고, 일본 브랜드면서 미국에 진출한 메이커를 알게 되었습니다. 안경테도 다양하고 아시아인에게 맞는 핏이 많은 거 같아서 주문해 봤는데, 일주일이 지났는데 배송시작도 안 돼서 주문 취소했습니다. 결국 레이밴에서 선글라스 클립온이 가능한 괜찮은 안경테를 찾았고 아멕스 카드 오퍼로 할인도 받아 주문했습니다. 이 안경테를 갖고 아내 친구분이 하시는 안경점에서 렌즈를 주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 그리고 일부 한국 안경점에서는 주문을 받아 미국으로 배송을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전에 이런 곳에서 안경을 맞춘 경험이 있다면 미국에서도 주문해도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 맘에 들지 않거나 안 맞아서 리턴할 수가 불가능하기에 저는 포기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친구분이 하시는 안경점을 방문하여 시력검사를 했습니다. 시력검사를 꼼꼼하게 해 주시는 것은 물론, 안압도 재고 눈 내부 사진도 찍었는데 마치 해부사진을 보는 것처럼 저의 망막과 시신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진에서 만일 이상징후를 보이면 그땐 처방이나 안과의에 진료의뢰를 하게 됩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이상을 없지만 안구 특성상 위험이 있으니 이상 증세가 있으면 즉시 연락해 달라고 조언을 들었습니다.
제대로 검안의의 진료를 받아보니 단순 시력검사가 아니구나란 걸 깨달았습니다. 일종에 눈 정기검진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땐 이상이 생겨야 안과에서 치료를 받지 눈 정기점진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그 공백을 검안의가 메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인찬스도 쓸 수 있으니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은 눈 검사를 받아야겠습니다 ㅎ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금리 시대에 효율적인 현금 운용법 (0) | 2023.08.07 |
---|---|
신생아 데리고 응급실 간 썰 (0) | 2023.07.24 |
영사관 찾아가기 (feat. 공동인증서) (0) | 2023.03.20 |
Your Dekalb Farmers Market 방문~! (0) | 2023.02.26 |
인네트워크 병원에 36일 입원한 신생아, 근데 병원비 폭탄이? (2) | 2023.02.12 |